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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천벌의 날

 

 

1950년 6월 25일

 

불길한 소문은 발도 없는 것이 꼬리를 물고, 꼬리를 물고서 사람들의 넋을 뽑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가슴을 짓누르고 겁을 잔뜩 먹이면서 남으로 남으로 내려만 온다.

사람들은 꼼짝을 못하고 무서워 질겁만 할 뿐 없는 꼬리를 잔뜩 붙들려 겨우 입만 놀린다.

“인민군이 서울을 몽땅 쑥밭 만들었데!”

“인민군이 한강을 건너왔다던데!”

“아녀. 미아리 고개에서 인민군을 요절나게 했다던데? 나, 이 순경 한테 들었어.”

“이 사람 정신없구먼. 지금이 무슨 세상인지도 모르누먼?”

“나는 저기 이이대한테 들었는디. 지금 인민군이 국군을 쪽도 못쓰게 만들고 지금 대전까지 밀고 내려왔다던디.”

“이이대가 뭣하는 사람인가? 어찌 그리 잘아나?”

“거..있지 왜? 그때가 언제여? 주재소에 붙들려 와서 이 순경 한테 몽둥이로 피떡이 되게 맞아 의용 소방서 대원들이 떠메다가 장순네 집에 놔서 보름이 넘게 있었지 왜?”

“그 사람이 좌익 운동했었나?”

“그랬으니까 그렇게 맞았겠지.”

“그렇다고 그렇게 사람을 때려?”

“그러니까 세상이 천벌을 받지!”

“그럼 이 순경 그 사람 큰일났구먼!”

“누가 아니라나? 그러니 권세 있다구 권세를 마구 부리면 망하는 수가 생기고 원수가 맺히니 이런 때 꼼짝없이 당하지.”

“이 순경 그사람 집구석 망하겠구먼.”

“어디 그 사람 뿐인감?”

“주재소 있는 순사 놈들 몽땅 되질판이지.”

“자네 그런 소리 함부로 말하지 말어. 괜히 큰일 날라구.”

“걱정말어! 이런 때 큰 소리쳐 보는거지 뭐.”

“이런 소리 그들의 귀에 들어가 봐 순사들 요새 눈에 불 쓰고 다닌다구.”

“제 놈들도 피떡되게 맞아 봐야 아픈걸 알지.”

벌곡 사람들은 난리가 터졌다는 소문에 근심이 쌓인 사람, 생기가 튀는 사람으로 갈라져 버렸다. 그리고 끼리끼리 아주 작은 소리로 소문을 만들고 그리고 퍼뜨린다.